상상 13

전설처럼...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2023년 1월 15일. 벌써 한 달의 반이 지났다. 날짜가 지난 것인지, 시간이 흐른 것인지 잘 모른다. 다만 그 2주 동안 제주를 상상했다. 물리적으로 가 있을 수 없기에 섬을 움직여 머릿속에 심었다. 사람의 두뇌는 뇌수에 떠다니고 있고, 바다 위의 제주와 같다. 나의 머릿속에선 가지 말아야 된다고 외치는 반대세력과 가고자 하는 힘들이 있다. 그 반대세력은 평생을 나와 함께했다. 알 수 없는 환경에서 나를 지키려 붙잡는 힘이다. 알맞게 세팅된 환경값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에게 보호막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힘들게 살았다. 그들의 보호는 나의 삶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나의 관심과 생각들은 중력처럼 서울에서 제주로 떨어지고 있다. 화선지 위에 떨어진 먹물이 ..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과 VR 헤드셋 그리고 시각화

나는 미래를 보려 하지만 현실에서 행복을 얻으려 노력한다.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을 재밌게 보고 있다. SF소설의 거장 윌리엄 깁슨의 원작인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미국의 한 외딴 마을의 소녀 플린 피셔가 오빠가 건네준 VR 헤드셋으로 미래의 실제 런던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자연재해, 전염병, 핵전쟁 등으로 인류를 궁지로 몰게 되었고 소수만 살아남아 초과학적인 문명을 이루게 된다. 미래의 인물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붕괴되지 않은 과거의 인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VR 속 세상에서 타고난 재능을 지닌 플린은 미래로 건너가 자신과 똑 닮은 아바타 사이보그를 조종하며 자..

소설 속 고양이가 동네로 왔다

내 인생에 이것 말고도 같은 방식으로 상상하고 이뤄진 사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는 고양이에 관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이야기였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여왕, 기사, 말, 고양이가 어우러진 어두운 이야기였다. 고양이를 친구처럼 아끼며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있었다. 어느 날 여왕의 명령으로 마녀재판을 받듯이 도시 안의 모든 고양이를 학살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고양이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시민들은 여왕의 명령에 행동하기를 주저한다. 그러자 여왕은 고양이 한 마리마다 목숨 값을 내건다. 조용히 있던 시민들은 한 사람이 먼저 고양이에게 해를 입히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광란의 학살에 동참한다. 고양이들은 눈이 뒤집힌 사람들의 칼끝과 손..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방어회와 고등어회

작가도 설명 못하는 몇 가지 우연에 의해서 필연처럼 보이게 만든다. 어제저녁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내가 사는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지하에 있어서 지나치기 쉽지만 단골손님이 굉장히 많다. 코로나가 많이 잠잠해지고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은 무작정 찾아가서는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평일날 저녁은 이미 예약으로 꽉 차 있어서 아무도 없는 빈자리라도 노란 포스트잇으로 예약 표시가 되어있다. 도마야 회포차는 내가 제주 활 고등어회와 서울의 숙성고등어회 맛을 포스팅하면서 자주 사진을 올렸던 곳이다. 낙성대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어제도 예약 없이 오픈 시간 5시 30분에 정확히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저녁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도 예약한 적이 없어서 첫 손님이다 ..

작은 아씨들 인주와 심상화

믿을 수가 없어 * 작은 아씨들 5화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제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5화 중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화영이 인주의 명의로 싱가포르에 고급주택과 고가의 자동차 등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인주는 자신의 이름으로 싱가포르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집과 차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믿을 수가 없어. 세상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이렇게 살았다는 거.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서 새벽에 청소하고 밤에는 영어 학원 다녔어, 언니? 어떻게 이런 걸 두고 눈을 감았어? 그리고 왜 나였어? 나는 극 중 인주의 독백을 들으면서 드라마 속 세상이 아닌 미래의 내가 떠올랐다. 심상화로 원하는 미래를 생생히 상상하고 감..

다중 우주 속 다중 제주

제주에서 먹고 일하고 쉬어라. 다중 우주론에 의하면 제주에서 수많은 직업을 가진 내가 존재하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나 또한 존재한다. 현재 지구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살면서 느끼는 건 특히 요즘 들어 확실히 다듬어진 촉이 있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나의 모든 것들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 멀리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되지 않는 우주 저 멀리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다중우주에 살고 있을 나의 모습을 보고 내 머릿속으로 가져온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람이 하루에 7만 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하니 그 정도의 다중우주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만 우주에 점처럼 아니 먼지처럼 흩어진 수많은 나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삶을 훔쳐보고 성장하거나 ..

제주 건천

무의식에 제주가 쌓인다. 어느 날 퇴근길 양재천을 걷다가 내 걸음과 반대로 흘러가는 물결을 보며 작은 주문을 건 적이 있다. 눈부신 햇빛, 반짝이는 물결, 살랑이는 작은 풀들을 두 눈과 생각 속에 넣고 여기는 제주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계속 중얼거리며 길을 걸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걸어가던 양재천 산책로를 진짜 제주로 착각해 버렸다. 실제로는 제주에서 흐르는 하천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제주로 휴가를 갔을 때는 대부분 7월 말이었고 그때쯤엔 이미 장마가 끝나서 건천인 상태였다. 제주의 건천은 항상 거의 말라있어서 밑바닥이 보이고 큰 풀이 자라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양재천을 제주의 하천으로 믿고 걸어가고 있었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스스로 건 최면이 멀리 떨어진 제주를 뜬눈..

나의 주제는 제주다

Based on true events "실화를 바탕으로 함" 위의 문장은 방금 재생시킨 영화의 첫 시작에 뜬 문장이다. 실화라는 말은 이야기에 좀 더 설득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묘하게 매력적이다. 낮가림이라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다급함과 초조함 그리고 제주에 대한 동경과 떨림이 하나가 되어 시작되었다. 초조함에서 오는 생각의 떨림과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다에서 오는 가슴의 떨림은 다르겠지만 묘하게 진동이 서로 맞아 들었는지 블로그를 만들고 기록하게 됐다. 그때 가장 가슴에 맴도는 어떤 존재가 제주였고 글을 쓰자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내게 제주는 단순히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내 상상 속에서 더욱더 커지는 낙원 같은 비현실적 존재였다...

나는 제주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주에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다. 나를 끌어당기는 그 무언가가 있다. 어서 오라고 나에게 속삭인다. 그 이끌림이 나를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밝은 미래를 상상하면서도 곧 과거의 실패한 경험을 손잡아 미래로 끌고 와 버린다. 그리고 남은 미래의 퍼즐 한 조각에 우울한 과거를 껴맞춘다. 그렇게 사람은 꿈을 접는다. 나에게 큰 성공은 없지만 작은 성공은 생각해보면 꽤나 많다. 여기까지 살아온 것이 작은 성공들의 결정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한계다. 더 크게 넓게 꿈을 가지지 못한 것이 나의 후회다. 다시 한번 꿈을 가진다. 다른 꿈이지만 과거에도 꿈을 가졌었고 상상했다. 실천에 이르지 못했고 몽상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과거와 손잡지 않을..

나는 마음과 함께 제주에 간다

마음이 흔들린다. 일렁이는 물결 위에 던져놓은 것처럼 흔들린다. 내가 쓸쓸할 때 마음은 내 곁에 있지 않았다. 손발이 차갑도록 시린날들을 마음없이 혼자 견뎌내야 했다.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마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한몸에서 살면서 왜 우린 서로를 미워하고 무관심 한걸까. 손잡으려 다가가면 저 멀리 풀숲으로 숨어버렸다. 마음과 나는 언제나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알고 있다. 나의 마음은 여자아이다. 예전부터 쭉 이 아이는 자라왔고 지금은 소녀가 되었다. 하지만 나완 어울리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피해 다녔다. 똑같은 인생. 매번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 불러온 기대치 없는 같은 결과.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성실한 삶. 누군가의 밥상위에 수저만 올려놓은 삶. 나도 알고 있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