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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마

인생의 장마는 나에게 액션을 불러왔다. 장마가 시작됐다. 항상 신발이 젓고 바지 밑단에 흙탕물이 튀어 지저분하고 무거워진다.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즐겁다. 쏟아지는 햇빛 한줄기가 내 피부 위에 닿는 것만큼, 쏟아지는 물줄기가 내 피부에 닿아 사방으로 튀기는 진동의 즐거움이 있다. 세상 가득한 소음들을 반복된 빗소리가 먹어버린다. 내 귀에는 쉴 새 없이 떠드는 비의 언어만이 들린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집중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한다. 하늘 얼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온종일 비만 떨어뜨릴 기세다. 나는 좋다. 길면 길수록 좋다. 떨어지는 비를 구경만 해도 재미가 있다. 제주의 비가 그립다. 제주에도 장마가 시작됐다. 6월 20일쯤부터 시작해 7월 20일쯤에 끝난다고 한다. 약 한 달 정도인데 내가 휴가를 ..

제주를 수집하자

나는 수집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에 끌리면 그 작품에 관한 것을 모두 수집하는 집요함이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그런 이야기였다.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린 지 꽤 시간이 지나서야 관련된 작업물들이 하나씩 공개되었다. 나는 LP,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CD, 각본집, 아가씨 아카입(아가씨 제작과 관련된 의상, 사운드, 촬영, 미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엮은 도서), 블루레이 등을 모았고 앞으로도 나올 작업물을 수집할 것이다. 아가씨가 한국영화에서 내 마음을 붙잡았다면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였다. 나의 아저씨도 음악과 대본집, 포스터 각종 굿즈와 블루레이 등을 모았다. 그리고 오늘은 같은 작가의 작품 '나의 해방일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CD를 받았다. 너무나 행복한 저녁이었다. 이 모든 수집품..

제주에게 배워라

나의 일상은 제주에서 온다. 허리가 아프고 뒷목이 아프다. 아마도 찬바닥에 이불만 덮고 자서 그런가 보다. 누울 때는 시원했는데 일어날 때는 뻐근했다. 딱딱함과 차가움은 내 몸에 좋지 않은가 보다. 하루 종일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날씨도 굉장히 습했는데 몸까지 힘드니 온몸이 축 처진 기분이었다. 제주도 첫 여행을 갔을 때 송당리에 있는 당당하우스라는 곳을 숙소로 잡았다. 작은 오두막 스타일의 목조 펜션이었다. 숙소 앞은 도로가 하나 나있었고 주위는 밭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어른 고양이가 숙소 안에까지 들어와 마음대로 놀다가는 그런 한적한 곳이었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 보니 작은 목조 하우스에서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의 냉기는 정말 시원했다. 작은 다락방 ..

제주배송

제주에서 느린 배송은 단점이 아니다. 난 특이한 버릇이 있다. 무언가에 꽂혀서 열심히 고르고 고른다. 그리고 택배가 열심히 집으로 배송되는지 체크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택배가 집으로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나랑 같은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택배 상자를 확인하고 뜯지 않는다. 물론 바로 뜯을 때도 있지만 며칠이나 몇 주를 묵혀놓았다가 뜯어본다. 지금도 뜯지 않은 택배가 두 박스가 있다. 그래서 그 택배박스를 볼 때마다 궁금증이 든다. 과연 저 상자 안에 든 물건이 내가 시킨 물건이 맞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에 빠져든다. 바로 뜯어서 다른 물건이면 교환이나 반품을 시키면 되는데도 꼭 시간을 끈다. 일단 집으로 도착하면 안심하는 마음이 있는 걸까. 그렇게 상자들은 집 한구석에 조용히 입을 닫은..

제주은행

제주은행은 제주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이 없어 한가한 단지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주에 가서 제주사람이 되면 제주은행을 쓰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제주은행은 제주에 있는데 서울 사람이 신규계좌를 개설해서 쓸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난 모바일 제주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 다행히 제주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누구나 만들 수 있었다. 잠깐의 인증이 진행되고 어렵지 않게 제주은행 신규계좌를 개설했다. 내가 개설한 계좌는 보통예금 J 간편한통장이었다. 제주에서는 생활비를 쓰는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제주은행 오프라인 지점은 제주 외에 서울의 강남에도 있었고 부산에도 있었다. 지방은행이라서 제주은행이 제주에만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나 보다. 체크..

제주를 알게되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건다. 이미 제주에 있다고 말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게 당연하듯이 가까운 미래 내가 제주에 가는 것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의심 따위는 없으며 가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집중한다. 높은 산 위에 올라가 큰소리로 허공에 외치면 잠시 후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오듯이 내가 상상한 미래는 나에게 다가온다. 감사하다. 누구의 계획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주를 알게 되었다. 제주를 아직까지 몰랐다면 올해의 끝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음에 후회하고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2022년의 반이 거의 다 지나갔다. 짧았던 4개월 정도가 그 어떤 해보다 가장 집중한 시기였던 것 같다. 오로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들. 아직 계획한 바를 다 실행은 하지 못했지만..

서울 사람은 제주가 가고 싶다

제주사람이 돼야지. 나는 발걸음이 빠른 서울 사람이다. 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속도를 낸다. 주위의 풍경은 너무 익숙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있을 곳은 나의 일터고 나를 이동시켜줄 운송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서울은 빠른 도시다. 출근길 속도에 의식하지 못했던 카페가 퇴근길 느린 걸음에 인형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보세 옷을 팔던 옷가게는 케이크 디저트 가게로 바뀌었고 한창 잘 나가던 큰 횟집은 문을 닫았다. 불과 얼마 전인데 빠르게도 망하고 생기고 망하고 생긴다. 동네에 정육점만 10곳 정도가 되고 미용실, 이발소, 바버샵 등 헤어숍은 다 기억 못 할 만큼 동네 이곳저곳에 문을 열었다.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샵도 많아졌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둘러본 나의 동네는 너무 달라져있었다..

제주 소식지

제주야 아프지마... 아무 생각 없이 탈서울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각 지자체 사이트에 인구정책에 대한 카테고리가 있다고 해서 제주도청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여기저기 들어가서 눌러봤다. 그러다 저런 표지를 가진 제주 소식지가 보였다. 2021년 호를 찾아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4권이 보였다. 아마도 계절별로 1권씩 나오나 보다. 2022년에는 봄호 한 권만 나와있다. 인쇄되어 실물 소식지로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청 사이트에서 90페이지가 넘는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좀 더 일찍 찾아볼걸 그랬다. 근데 2022년 봄호의 표지가 뭔가 슬프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하늘은 붉게 노을 지고 있다. 바다에는 해녀와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지만 해안가 주변에는 검은 폐수나 기름들이 방류되..

제주는 나를 기른다

나는 식물이었다. 식물을 심는 일은 꽤나 집중을 필요로 한다. 식물의 앞을 보아야 하고 나에게 등 돌리지 않은 얼굴을 찾아서 다듬어야 한다. 찢어지고 상처 입은 잎을 잘라주고, 햇빛을 가리는 오래된 잎과 바람의 길을 막는 울창한 가지를 잘라 길을 내어준다. 조심히 식물과 플라스틱 화분을 분리하고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밑을 받쳐서 준비해 놓은 이쁜 화분에 옮긴다. 식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수가 잘되고 무게감이 있는 흙을 골고루 화분에 채워 넣어 중심을 잡아준다. 양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흙 위에 마사를 올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 후 물을 뿌려서 잎사귀의 먼지와 화분의 흙을 씻긴다. 물구멍으로 물이 빠지면 들어서 바람과 햇살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안정을 ..

제주로 가려면 성장해야지

나에게 투자하라 삶의 많은 면에서 갈수록 구독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보는 것 위주의 왓챠와 웨이브 등을 구독했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구독 서비스를 즐겼다. 친구와 계정을 공유해서 보았기 때문에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애플의 애플티비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모두 본 적도 있었다. 많이 정리하고 지금은 넷플릭스만 보고 있다.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이기에 쿠팡플러스라는 OTT 플랫폼이 자동으로 구독이 됐고,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회원이라서 티빙이 자동으로 구독되었다. 토스에서는 토스프라임이 자동결제된다. 지금은 종이책의 구입으로 잠깐 해지했지만 리디의 리디 셀렉트라는 전자책 서비스도 구독했었다. 너무나 많은 구독 서비스가 있어서 잠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