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장마는 나에게 액션을 불러왔다. 장마가 시작됐다. 항상 신발이 젓고 바지 밑단에 흙탕물이 튀어 지저분하고 무거워진다.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즐겁다. 쏟아지는 햇빛 한줄기가 내 피부 위에 닿는 것만큼, 쏟아지는 물줄기가 내 피부에 닿아 사방으로 튀기는 진동의 즐거움이 있다. 세상 가득한 소음들을 반복된 빗소리가 먹어버린다. 내 귀에는 쉴 새 없이 떠드는 비의 언어만이 들린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집중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한다. 하늘 얼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온종일 비만 떨어뜨릴 기세다. 나는 좋다. 길면 길수록 좋다. 떨어지는 비를 구경만 해도 재미가 있다. 제주의 비가 그립다. 제주에도 장마가 시작됐다. 6월 20일쯤부터 시작해 7월 20일쯤에 끝난다고 한다. 약 한 달 정도인데 내가 휴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