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제주아닌 꿈

관찰자와 관찰받는 대상의 의식전환 일요일 오후 5시쯤이 되어서 몸이 피곤하여 자리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항상 그렇듯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꿈이 진행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유명 가수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공연은 길거리와 상점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고 나는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즐기며 나는 꿈의 진행에 동참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기억나지 않았을 초등학교 동창의 어른이 된 모습도 보였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 한 여가수가 등장했고 우리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여가수를 보면서 어디서 본듯한 얼굴과 목소리인데 누구였더라 생각하며 알듯 말듯한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래가 한참 진행되던 중 나는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냈다. 아 그 ..

제주와 인연

의도된 삶은 어떤 삶일까. 내 인생은 어떻게 제주와 연이 닿았을까. 시작은 친구의 사소한 권유였지만, 제주를 처음 갔다 오고 난 후 내 인생에 사소하지 않은 제주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친구가 아니었다면 난 제주를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친구와 어떤 과정을 거쳐 연이 닿은 걸까? 세상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지나고 나니 사람을 만나는 것과 예상치 못한 공간에 마음을 뺏기는 일 모두가 마치 나를 위해 계산된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며 행복하다. 슬프고 되돌리고 싶은 시간도 존재하지만 지금의 이상한 나를 잃어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나는 잘못된 버그와 오류를 고치고 계속 수정되어 업데이트된 내 ..

제주의 타운하우스 빈집

집은 안전하고 아늑해야 한다. 예전에 '구해줘 홈즈'라는 방송을 재밌게 본 적이 있었다. 방송 초반에는 아기자기하고 가성비가 있는 그런 실용적인 집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게 시청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디어나 매물이 소진됐는지 비싸고 광고 같은 집들이 홍보성으로 소개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그 후로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을 잊고 지냈다. 제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나와 친구는 햇살이 약해진 늦은 오후에 일찌감치 나와 동네길을 걸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안 가본 길이 많았기에 한번 쭉 둘러보고 싶었다. 산방산 가까이 다다르니 오른편으로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기괴한 돌산과 넓은 바다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지며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스쳐 ..

제주 심야괴담회

공포의 밤 나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메인이었던 그 시절에는 하루에 2편씩, 공포영화 혹은 호러영화라고 불렸던 영상물들을 빌려서 집으로 가져왔다. 가장 밝은 대낮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사라지고 나 홀로 공포영화를 즐겼다. 사람의 마음을 놀래키기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리는 영상들을 보며 그 시절 나는 꿈을 꾸었다. 작년 나의 여름휴가 미션 중 하나는 숙소에서 TV로 밤늦게 심야괴담회를 본방으로 보는 것이었다. 낮에는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지친 몸을 정갈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심야괴담회를 기다렸지만 제주는 지방방송이 나왔다. 나는 크게 낙담했고 통창으로 보이는 검고 검은 숲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때의 한을 품고 난 올해는 꼭 제주에서 심야..

제주 사진

나는 오래된 구옥의 계단이 참 좋다. 제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하루가 지난 일요일 오후에 나는 스마트폰에 담긴 제주의 추억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다. 소중한 추억을 하드 드라이브와 온라인 상의 구글 드라이브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총 3개의 장소에서 보관한다.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가 끝나면 제주에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 주어야 한다. 하드 드라이브에 먼저 옮겨놓은 파일의 개수를 확인하니 2,687개의 파일이 있었다. 4박 5일 동안 저만큼을 찍은 것이다. 짧은 동영상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두 사진들이다. 나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찍는 버릇이 있다. 걸어가다 보이는 대부분의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발걸음 사이 한 쪽발을 든 채로 1초 정도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내..

내 인생 제주같이

종이에 적힌 나의 DNA 하얀 A4 종이 위에 내 인생의 모든 단서들을 적어나가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현재라는 이야기 속에 들어온 배역처럼 연기하며 앞으로 어떻게 이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어가야 할 것인지 궁리하고 있다. 제주에서 어떤 경제적 생활을 할 것인지, 지금 현재 무엇을 배울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스스로 궁금해하지 않았던 물음들에 대해서 사무실 한편에 앉아 조용히 답하고 있다. 그 모든 물음들에 답하고 정리가 되는 순간 더 이상은 그것들에 대해 간헐적으로 고민하고 떠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의 모든 몸과 털에는 나선형의 DNA가 존재하고, 그 DNA에는 그 사람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나는 내가 그려갈 인생의 모든 정의를 작은 종이 한 장에 압축해서 나타내..

제주와 헤어질 결심

비행기 모드는 나를 붕뜨게 한다. 어제는 휴가가 끝나고 첫 출근 날이었다. 왜인지 제주가 자꾸 어른거렸고 이 장소가 나의 직장이라는 것이 낯설었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마음은 자꾸만 출렁거렸다. 이 어지러움을 바로 잡고자 일탈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 2년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극장에 가기로 한 것이다. 난 퇴근길에서 멀지 않은 극장에 예약을 잡았다. 정말 오랜만의 영화다. 예약한 영화는 사랑하는 박찬욱 감독님과 정서경 작가님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다. 사실 나는 이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제주에 가서 관람할 생각이었다. 왜인지 제주에서 휴가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면 상영하고 있는 극장을 찾기 힘들 거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제주에서 지내기로 한 서귀포의 숙소에서 동쪽으로 쭉 가..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

지금이라도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한다 저번 주 제주로 여름휴가를 가느라 일주일 동안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숙소에서도 포스팅을 쓸 예정이었는데 가서 생각을 하며 제주의 땅과 공기에 내 몸을 맡기고나니 꼭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짧게나마 제주로 여름휴가를 갔다 온 소감을 쓸 예정이었는데 마침 반가운 소식이 있어 먼저 글로 남겨본다. 내가 지난달부터 후원하고 있는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제주라는 명칭이 앞에 붙어서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으로 재단 이름이 바뀌었다. 누군가가 곶자왈공유화재단 키워드로 내 티스토리 블로그로 방문했고 관리자에서 확인해보니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으로 이름이 변경됐다는 제주 관련 미디어의 기사가 1시간 전에 올라와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이 소식을 전해 본다. 활동 내용은 큰..

제주로 가는 짐가방을 싸면서

1년 만의 제주 1년 만의 제주로 떠나는 여름휴가. 월요일 새벽 일찍 집에서 나서기 위해 저녁부터 짐가방을 쌌다. 다행히 작년에 쓰던 물품들이 깨끗이 포장되어 들어있어서 이번에 구입한 속옷과 양말, 옷들만 곱게 접어 넣었다. 작년에 구입해둔 이쁜 칫솔들이 있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편의점에서 구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제주 숙소 비치물품을 보니 다행히 칫솔이 있었다. 나름 가볍게 짐가방을 꾸린다고 했는데 작은 가방이 꽉 찬 느낌이다. 그래도 캐리어보다 편하고 가벼우니까 마음이 편하다. 작년 새벽처럼 이번에도 범계역 근처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탄다. 이제 정말 몇 시간 남지 않았다. 1년 만의 제주라니...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저녁도 일부러 적게 먹었다. ..

제주 노트

제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천천히 적어가자 월요일 새벽이면 김포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 마음은 이미 제주에 가있는데 짐은 아직 정리를 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쓰지도 않을 물건까지 꼭 필요하겠지 하며 챙겼다. 배낭의 무게는 늘어났고 그 물건들은 쓸 일이 없었기에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짐을 전날에 챙기기로 했다. 목표는 저번보다 더 가볍게 여행가방 짐 싸기. 그냥 내 평소 하루의 루틴을 생각했다.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면도하고 씻는 과정. 그 사이에 필요한 세면도구와 반바지 몇 장과 반팔티 몇 장.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추가한다면 작은 플래시와 촛불 조명 정도. 그리고 이번 휴가 숙소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작은 노트 한 권과 볼펜 한 자루. 집에 노트가 있나 찾아봤는데 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