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제주가게 도와줘 생각아

생각을 생각해 내는 것 생각을 글로 받아 적는 것은 아직 힘든 일이다. 떠오르는 감정과 머릿속 속삭임을 순화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상 내 생각의 방은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으로 어질러져 있기에 집중할 만한 대상을 찾기가 힘들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그냥 멍 때리는 게 방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눈만 깜빡일 때 저절로 찾아오는 생각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날도 덥고 온다는 비도 안 오고 마음이 갈팡질팡 중이다. 그래도 다행히 티스토리 블로그가 있어서 생각을 차분히 누를 수가 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생각이 얌체공처럼 이리저리 튀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걸 잡느라 이리저리 손을 뻗어야 했겠지. 조용한 월요일이다. 평소보다 남는 시간이 많다. 자투리 시..

제주에서는 물리지 않기를

밖에서 물린 것과 안에서 물린 것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고 잠깐 딴짓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어깨에서 뭔가가 기어 다니는 촉감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소름과 함께 손으로 어깨를 툭 쳤고 그 순간 피부를 물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나를 문 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것이 나를 물었을까? 고통은 꽤나 강했고 아직도 어깨가 주사에 맞은 듯이 얼얼하다. 모기를 제외하면 정말 오랜만에 물린 듯하다. 그래도 괜찮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각이라 무뎌진 신경이 살아난 느낌이다. 다만 나도 모르게 환상을 느낀다. 자꾸 이불이나 방바닥 어딘가에 나를 문 벌레가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수시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꿈에서 귀신을 보거나 무서운 영상을 보고 나서는 자꾸 어두운 방 한 구석을 관찰하는 모양새다. ..

에어컨 바람과 제주

여름을 여름처럼... 나는 집에 에어컨이 없다. 무더운 여름의 한 낮과 눅눅한 열대야 밤에는 딱 오징어 숙회처럼 말랑말랑 해져있다. 몸이 그렇게 뻗어버리니 정신이 말짱 할리가 없다. 천장만 쳐다본 채로 어서 온도가 식기를 기다릴 뿐이다. 가끔 너무 더울 때는 어느 겨울날, 출근길에 체험한 가장 추운 한기를 기억과 감각 속에서 꺼내온다. 짧은 순간이지만 영하의 온도를 몸속에 비축한다. 나의 뇌는 겨울과 여름을 오가며 계절에 속고 또 속는다. 머리 위에는 벽걸이 선풍기가 돌아가고 바닥에는 써큘레이터와 휴대용 무선 선풍기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대가 나를 둘러싼 채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의 냉기보다는 약하지만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대니 기분이 좋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에 들것이다. 나에겐 작은 소망이 ..

제주 곶자왈에서 보내온 소포

한 걸음 한 걸음... 얼마 전에 제주 곶자왈공유화재단에 곶자왈공유화기금 정기후원을 신청했다는 블로그 포스팅 글을 썼었다. 시간이 흐르고 며칠 전에 제주로부터 우체국 택배 소포가 한 상자 도착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서울까지 장거리 여행을 한 택배 상자. 곶자왈공유화재단에서 보냈다. 후원신청서를 작성할 때 후원증서와 소정의 답례품을 보내주신다고 적혀있었는데 아마도 그런 내용물이 들어있는 상자인가 보다. 나는 바로 열었다. 상자에는 텀블러와 후원증서, 곶자왈 홍보 팸플릿이 여러 장 들어있다. 텀블러 종이 케이스를 열어서 본품을 꺼내었다. 검은 몸통에 곶자왈공유화재단이라는 글씨가 굉장히 심플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가죽 느낌으로 된 텀블러 컵홀더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고 텀..

제주 여름휴가 숙소 예약하기

네이버 지도로 찾았다. 휴가가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당연히 제주로 간다. 하지만 숙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휴가 날짜가 7월 달에 정해지는 업의 특성 때문에 예약을 미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숙소를 찾는 중이다. 여름 제주 휴가는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제주에서 살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한 것이 바로 여름휴가다. 그리고 난 육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숙소에서 묵을 생각이 없다. 제주라서 제주만의 감성이 전해지고, 보이고 느껴지는 그런 장소를 원한다. 바로 제주 감성숙소. 키워드는 제주 감성숙소다. 난 첫 시작을 네이버 검색창에서 시작했다. 작년에도 휴가를 눈앞에 두고 급하게 찾은 곳이 네이버 검색 창이었다. 주말의 시간을 온통 숙소 찾는데 매진했고 다행히 괜찮은 숙소를 찾았었..

하루종일 제주

제주제주... '슬로싱킹'이라는 전자책을 올해 초에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질문이나 대상을 잠자는 시간외에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깊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가볍게 붙잡고 계속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잠에 들어서도 그 생각이 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그때 이 책의 몰입하는 방법에 깊게 감명을 받아서 하루 종일 제주를 생각했다. 소리 나지 않게 제주를 계속 중얼거렸고 밥 먹을 때도 다른 무언가를 할 때도 제주를 생각에서 놓지 않았다. 딱히 무언가가 떠오르거나 소름 끼치는 생각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주를 계속 생각하니 무의식에 깊게 박힌 느낌이었다. 새벽에 자다가 깨어난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뜨자마자 "제주제주.."를 말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제주를 ..

다중 우주 속 다중 제주

제주에서 먹고 일하고 쉬어라. 다중 우주론에 의하면 제주에서 수많은 직업을 가진 내가 존재하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나 또한 존재한다. 현재 지구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살면서 느끼는 건 특히 요즘 들어 확실히 다듬어진 촉이 있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나의 모든 것들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 멀리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되지 않는 우주 저 멀리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다중우주에 살고 있을 나의 모습을 보고 내 머릿속으로 가져온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람이 하루에 7만 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하니 그 정도의 다중우주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만 우주에 점처럼 아니 먼지처럼 흩어진 수많은 나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삶을 훔쳐보고 성장하거나 ..

제주 건천

무의식에 제주가 쌓인다. 어느 날 퇴근길 양재천을 걷다가 내 걸음과 반대로 흘러가는 물결을 보며 작은 주문을 건 적이 있다. 눈부신 햇빛, 반짝이는 물결, 살랑이는 작은 풀들을 두 눈과 생각 속에 넣고 여기는 제주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계속 중얼거리며 길을 걸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걸어가던 양재천 산책로를 진짜 제주로 착각해 버렸다. 실제로는 제주에서 흐르는 하천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제주로 휴가를 갔을 때는 대부분 7월 말이었고 그때쯤엔 이미 장마가 끝나서 건천인 상태였다. 제주의 건천은 항상 거의 말라있어서 밑바닥이 보이고 큰 풀이 자라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양재천을 제주의 하천으로 믿고 걸어가고 있었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스스로 건 최면이 멀리 떨어진 제주를 뜬눈..

제주 그리고 7월

올해가 반년이 남았다. 7월의 첫날이다. 누군가에겐 반년이 지났고, 누군가에겐 반년이 남았다. 6개월이면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습관화하는데 충분한 기간이다. 해보니 알겠다.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있는 시간을 쪼개고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낸다. 짧은 기간이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유의미한 생산활동에 이용했다. 돌아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어제까지의 반년은 훌륭하다. 오늘부터는 좀 더 타이트하게 시간을 잡아야 한다. 배울 것도 많고 실행할 것도 많다.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공부도 하지만 영적인 가르침도 동시에 받아들이고 있다. 물질과 비물질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려 한다. 행동이 쌓이고 쌓여 복리가 될 것이다...

제주 가파도

높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제주 가파도로 향했다. 여객선을 타고 배가 물 위를 걷는 동안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기대감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푸른 물결에 하얀 거품이 일며 가파도로 나아갔고 오래지 않아 저 멀리 작은 섬 하나가 보였다. 제주도와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가파도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는 섬이었다. 우리는 배에서 섬 위로 내렸고 가파도 탐험을 시작했다. 가파도는 청보리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청보리 대신 유채꽃이 만발했다. 날씨는 해가 쨍쨍했으며 신기하게도 섬에는 큰 나무나 그늘을 피할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땅은 낮고 하늘은 높아서 처음 보는 풍경에 넊이 나갔다. 잔잔한 바람이 불었지만 아쉽게도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눈을 들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