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방문 앞의 제주지도

매일 새벽 알람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너무 힘들다. 10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조금 더 누워보겠다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오늘은 푹 자기에 좋은 날이라고 아쉬워한다. 내가 누워있던 자리를 보며 출근하기 싫다고 나를 설득한다. 그러나 내 두발은 이미 씻기 위해 화장실 문턱을 넘어섰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 누구보다 게으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며 타인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제주도에 가려하다니...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울을 벗어나서 제주로 가려한다. 게으른 나를 타인의 눈에 길들인 것처럼 부지런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내 삶과 목적을 위해서..

어쩌면 제주의 시작은 게임이었다

난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인생이 이렇게 풀렸다. 이 일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본업이고 노동으로 얻는 유일한 수입원이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된 걸까?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내가 백수였던 어느 날 그가 내게 재밌는 게임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게임의 이름은 듀랑고. 공룡들이 존재하는 가상의 세상에서 농사를 짓고 사냥도 하며 건축을 하는 게임이었다. 돈을 모아서 자신의 땅을 더 확장시킬 수 있었고 나는 땅에다 옥수수, 벼 등 농작물을 가득 심었다. 게임이었지만 농작물을 기르고 추수하는 재미에 푹 빠졌고 그야말로 농사꾼이 되었다. 건축과 공룡 사냥, 정글탐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농사뿐이었고 탐험을 하는 이유도 퀘스트를 깨서 레벨업을 하거나 새로운 농작물..

제주로 가는 과정에는 자극이 필요하다

삶에 자극이 사라진 느낌이다. 매일 하는 일도 몇 년째 반복이다 보니 루틴화 되어있다. 물론 매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너무 당연하지만 일요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정말 힘들다. 돈 버는 일은 기계적으로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시간을 보내다 퇴근한다. 그러나 사적인 내 시간은 나 자신과의 갈등이다. 조금만 더 자고 싶고 더 편히 쉬고 싶다. 물론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는 잠의 부족과 피로도의 영향이 있겠지만 스스로의 삶을 계획성 있게 보내기란 힘들다. 조금이라도 자극을 느껴보기 위해 쿠팡에서 펩시콜라 캔을 한 박스 주문했고 오늘 낮에 도착했다.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한 캔을 따서 마시니 너무 시원하고 탄산의 연주가 자극적이다. 매번 콜라를 끊는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

나의 계절은 제주에 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하다. 봄이 진짜로 왔나 보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늘은 비가 내려 차가웠지만 봄은 봄인가 보다. 내 인생에도 봄이 있었을까? 20대 때 분명 그 계절을 붙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난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이었다. 혹독한 현실에 너무 추워서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간 내 꿈들은 탐욕스러운 뱀들과 함께 동면에 들어가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꿈들은 땅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새 난 그 존재들을 잊고 살았고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보통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제주를 알았고 난 깨달았다. 지금 내 삶에 그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놓치면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이제 끝인지 알지 못한다. 꽁꽁 얼어버린 땅을 파..

제주에서 머리를 잘라보고 싶다

흰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 오늘은 거울 앞에서 족집게로 흰머리카락들을 뽑아내었다. 나이듬의 증거다. 아무리 젊음을 유지하려 해도 몸은 마음과 다르게 성실히 나이를 먹는다. 아직 주름은 많지 않으나 머리카락은 확실히 나이를 먹어간다. 머리를 안 자른지도 두 달이 넘어가는 것 같다. 미용실 가는 일이 어찌나 귀찮고 게으른 일인지. 마음먹고 외출을 하면 예약을 해야 하거나 손님이 많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미용실에 안 가게 되었고 단발머리가 되었다. 앞머리는 스스로 자른 지 8년 가까이 되어서 익숙하다. 가끔씩 앞머리가 눈을 찌를 때 전체적으로 정리해준다. 옆머리와 뒷머리는 내가 할 수 없으니 여전히 전문 미용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퇴근하는 길에 동네를 둘러보니 바버샵이 생겼다..

아프니까 제주생각도 덜 나더라

방바닥이 따뜻하다. 오래간만에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고 있다. 콧물도 줄어들었고 기침은 나오지 않는다. 몸이 많이 안정화된 느낌이다. 다행이다. 코로나야 다신 오지 마렴. 많이 힘들었다. 저녁은 삼겹살에 상추쌈을 해서 먹었다. 오랜만에 기름진 고기에 알싸한 마늘을 쌈장에 찍어먹으니 입맛이 돈다. 원래 아팠을 때 더 잘 먹어야 하는데 입맛도 없었고 미각도 약간 상실했었다.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의식하지 않고 숨쉬기. 가만히 누워있기. 모두 힘들었다. 코와 목은 콧물과 가래로 숨쉬기 힘들었고 깊이 한숨을 쉬면 목구멍이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방바닥에 이불 하나 덮고 가만히 누워있고 싶어도 근육통으로 계속 허리와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며 풀어줘야 했다. 지금은 편히 누울 수 있지만 진짜..

난 단지 제주가 좋을 뿐이고 지금은 무기력하다

무기력. 요새 가장 많이 느끼는 기분이다. 명상을 하려 해도 무기력해지니 잠에다 생각을 살짝 담갔다 깨어나 버린다. 최근 가장 의지가 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적인 것과 마음 챙김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분인데 무기력 해졌을 땐 그 감정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최대한 즐기라고 하셨다. 무기력을 즐기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실 며칠 동안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계속 콧물과 기침으로 힘들었는데 가장 답답한 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되는 것과 집중이 안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무기력감이 오히려 몸을 쉬게 해 준 것 같아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몸의 기운이 나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촉이 왔다. 우리에..

제주로 가기 위한 나의 일상

어제는 미국주식인 로블록스를 매수했고 오늘은 국내주식인 에디슨EV를 매수했다. 로블록스와 에디슨EV 모두 저점이라 생각되어 매수했지만 하나는 맞았고 하나는 틀렸다. 에디슨EV는 그 후에도 더 떨어졌다. 철저히 장기투자만 생각했던 내가 요새는 투자가 아닌 주식매매를 덥썩물어서 하고 있다. 공격적인 주식매매를 노리는 성향이 내 안에 있던 걸까? 덕분에 낮에는 국내주식을 살피고 밤에는 미국주식을 살피게 됐다. 코인은 묻어뒀다 생각하고 잘 보지않는다. 주식을 해서 장투를 하든 단타를 치든 계속 시도하고 해봐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알게되는 것 같다. 잃게 되면 수업료고 얻으면 감사할 일이다. 꽤나 오랜 세월을 단순히 내 몸으로 때우는 노동으로만 돈을 벌었으니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못 된 짓을 한건지 상상도 ..

제주로 가는 비용

제주로 가는 이주 비용은 얼마인가? 이제는 정말 살아야 할 장소를 몇 군데로 추려서 비교해봐야 겠다. 그 후에 연세 비용이라던지 생활비 등을 더 자세하게 뽑아봐야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비용이 나온다면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지. 이젠 망설이고 후퇴 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 사실 젊을 때는 굉장히 우유부단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딴거 아무 의미가 없더라. 사람의 직감을 따르는 것이 각재고 연구하는 것보다 항상 나은 결과를 보여준것 같다. 제주로 나의 물질적인 돈과 기회비용도 이동하지만 가장 중요한 몸과 자아도 이동을 하게 된다. 바뀐 환경에서 더 잘 살아갈수 있도록 건강에 신경쓰고 자아를 항상 돌봐야겠다. 이것은 마치 여행가기 전 짐가방에 잔뜩 옷가지와 용품을 싸놓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기대하는 모양새..

제주를 위해 절약하기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돈을 잘 모으지 못했다. 젊었을 때 맘에 드는 신발이나 옷과 악세사리가 보이면 꼭 사야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입는 거에 대해 열정이 있었다. 그 당시 또래보다 느린 성장을 했던 나는 옷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막내에게 새옷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형들에게 물려받거나 어머니가 지인에게 가져오신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키의 나에겐 옷의 사이즈들이 대부분 컷고 테이프나 핀등으로 상의의 밑단을 둘둘 말아올려 고정시키곤 했다. 중학교 때는 책대여점이나 헌책방에서 달이 지난 패션잡지를 여러권 사들여서 보는 재미에 푹빠졌다. 10대 소녀들이 보는 잡지였는데 종류는 10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