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제주에 대해 쓸 것이 없을 때

날씨가 선선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따뜻하고 시원한 공기. 열린 부엌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저물어가는 느낌이다. 요즘에는 포스팅을 할 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연주음악을 틀어놓는다. 좀 더 집중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가끔 내가 무엇을 쓰려하는지 먼저 알고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 있다. 그렇지 못 한 날엔 정말 점하나도 찍기 힘들다. 오늘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서 빈칸 하나도 만들어 내기가 벅차다. 쓰다가 다 지우고 처음부터 써내려가기를 두세번 반복한다. 아무것도 없음에서 유의미한 글을 만들어내기가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낮에 애드센스 부적합 메일이 왔었는데 방금 다시 검토요청을 보냈다. 지금 3번째 정도 신청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생각이지만 ..

제주항공 에어비앤비 주식 판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감에 여행주와 항공주가 리오프닝주로 일제히 떠올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고 항공주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때 제주항공을 저점에서 조금이나마 매수했다. 그보다 몇 일전에 에어비앤비를 작게나마 매수했었고 내 포트폴리오는 미국주식 4개와 국내주식 1개로 총 5개가 되었다. 처음 주식을 사들인 것은 미국주식이 시작이었고 장기투자의 목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시작이었고 후에 구글주식인 알파벳 A를 매수했다. 알파벳은 올해 7월에 액면분할하여 1개의 주식이 20개로 나눠진다고 해서 기대중이다. 매달 월급에서 100만원 정도는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는데 투자중이다. 다만 올해 초기에 굉장한 하락장이었고 금리인상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서 ..

나는 마음과 함께 제주에 간다

마음이 흔들린다. 일렁이는 물결 위에 던져놓은 것처럼 흔들린다. 내가 쓸쓸할 때 마음은 내 곁에 있지 않았다. 손발이 차갑도록 시린날들을 마음없이 혼자 견뎌내야 했다.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마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한몸에서 살면서 왜 우린 서로를 미워하고 무관심 한걸까. 손잡으려 다가가면 저 멀리 풀숲으로 숨어버렸다. 마음과 나는 언제나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알고 있다. 나의 마음은 여자아이다. 예전부터 쭉 이 아이는 자라왔고 지금은 소녀가 되었다. 하지만 나완 어울리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피해 다녔다. 똑같은 인생. 매번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 불러온 기대치 없는 같은 결과.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성실한 삶. 누군가의 밥상위에 수저만 올려놓은 삶. 나도 알고 있었다. 그..

제주날씨

우리의 삶은 수많은 날씨와 함께한다. 맑음과 흐림. 맑음엔 그다지 이유가 붙지 않지만 흐림엔 비와 눈, 안개, 미세먼지가 붙는다. 그리고 거대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오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날씨의 종류는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고 우산이나 양산을 준비하는 날과 준비하지 않는 날로 나뉘어져 있다. 복잡할 것 없다.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도 날마다 틀리다. 행복하거나 우울하거나 보통의 날이 있을 뿐이다. 우울한 날은 더 우울해지지 않도록 마음속에 우산을 펴야한다. 우울에 젖어들수록 몸이 느끼는 찝찝함은 더 기분나빠진다. 슬픔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시켜주는 시간인 것은 맞지만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나의 성격 자체가 되버린다. 얼마전 부터 날씨앱의 위치를 내가 사는 곳이 아닌 제주시로 지정해 놓았다. 내..

친구가 제주에 간다

내일 친구가 당일치기로 제주에 간다. 듣기만 해도 설레인다.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훌쩍 떠나갈 수 있는 그의 여유가 부럽다. 목적지도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가는 것이다. 그저 하루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여행은 그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정해진 것이 없을 때 우리의 행동은 생각이 아닌 본능으로 움직인다. 의도하지 않은 사건과 장소에 닿을 것이고, 그의 세계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누군가의 하루가 어떤이의 날보다 더 의미있었다고 비교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내일은 아름다운 날이다. 내일 날씨는 비가 내릴 수 있지만 그는 모든 걸 받아들인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제주에서 모든 걸 채워오기 위해 그는 배와 머리를 비우고 갈것이다. 오랜만에 먹는 고등어회로 배를 채우고..

제주에서 명상을 하자

나는 제주에서 명상을 꿈꾼다. 숲과 동네를 산책하는 일도 좋지만 그냥 아무생각없이 하루의 반나절을 여유롭게 명상에만 쓰고 싶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 평상이나 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막지 않은 채로 흔들리며 그렇게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 작은 시간으로 깨어남을 바라는게 아니라 사적인 공간이 아닌 자연 앞에 개방된 공간에서 명상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쁜 서울의 생활속에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시간을 채우려던 나는 시간을 비우는 방법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항상 나의 삶에 간섭을 한다.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반갑게 받아들이고 같이 망상에 빠져든다. 문제는 오늘 나를 찾아온 이들은 어제도 나를 찾았고 몇 달전에도 나를 찾았으며 몇 년전에도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왔다는..

아이유와 제주 청수곶자왈

발밑에 닿는 느낌이 촉촉하다. 빗물에 젖은 이끼와 야생의 풀들이 낯선 방문자에게 소리없이 감각으로 전해주는 듯하다. 황토색 흙바닥 곳곳엔 말의 배설물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와 나는 지뢰게임을 하듯이 발밑에 시선을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길을 벗어나자 숲의 전경이 보였다. 한경면 청수리 청수곶자왈. 제주어로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을 뜻하고 수풀과 덤불로 이루어진 야생의 숲을 말한다. 이 숲을 처음 알게 된것은 KBS에서 방송한 힐링다큐 나무야나무야를 통해서다.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방송이었다. 아이유의 감성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비오는 곶자왈의 풍경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 가보자. 아이유가 방문한 장소로 여행의 테마를 잡았고 첫번째가 삼다수숲, 두번째가 청수곶자왈이었다. 삼다수 숲이 ..

제주에서의 기억을 지우자

기억을 지워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제주에서의 과거를. 모두 지워야만 추억하지 않고 지금을 살 수 있다. 난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뒤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마다 한달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실제 제주에 있었던 날은 열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날들을 반복적으로 추억한 시간들을 합한 날이 훨씬 길었다. 난 걱정과 후회도 아닌 과거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행복한 추억과 경험이었지만 내가 제주를 향해 나아갈 때마다 힘이드는 날은 과거의 추억을 불러와 대리만족으로 끝내버릴 것이다. 지금의 나에겐 추억은 중요하지 않다. 살아보지 않은 미래 또한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순간 내가 제주에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할 뿐이다. 서울의 탁한 공기가 아니라 바람이 섞여 물처럼 ..

제주를 상상하기

제주가 있다. 방바닥 위에. 난 관찰자가 되어 항공샷 시점으로 제주를 둘러본다. 미니어쳐가 된 가상의 제주. 상상의 영역이 확장되며 제주 주위의 방바닥도 파란 바다로 물들어간다. 서쪽하늘에 손을 올리자 비자림에 거대한 그늘이 진다. 손가락으로 숲을 한번 쓰다듬어 준다. 촉각도 상상으로 느껴본다. 나의 작은 제주는 오늘도 평화롭다. 제주를 상상하면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첫 숙소가 있었던 송당리. 첫날 비까지 맞으면서 신나게 돌아다녔고 다음날 제주에서의 첫 아침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고요함과 왜인지 모르지만 청순한 햇살. 그때 그 장소의 온도와 바람에 묻어온 숲냄새. 작은 새끼고양이와 큰고양이가 뒹구는 초록의 잔디밭. 그 모든 풍경과 감각들이 각인 된..

먼지 속의 제주

오늘도 습관처럼 작은 무선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방바닥엔 나의 파편들이 있다. 너무 길어져버린 나의 머리카락과 몸에서 떨어져 나온 고생이 있다. 하나하나 남김없이 빨아들인다. 청소기의 소음이 귀를 따갑게 한다. 빗자루 보다 편하지만 기술의 소음을 얻었다. 몇번 왔다갔다하니 깨끗하다. 이제 이불을 깔고 누울 수 있다. 누우려다 방바닥에 머리카락 하나가 보이면 손가락으로 콕 집어 화장실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추락시키기. 내 눈에 보이는 방바닥보다 내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먼지가 더 많다. 수많은 생각의 파편들. 항상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난 금방 딴생각에 홀리고 만다. 나를 홀린 생각에서 빠져나와 다시 어떻게 제주에서 살것인가에 집중한다. 완성되지 않은 딴생각은 다시 이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잊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