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나의 제주는 청춘인가?

나는 청춘인가? 내가 보는 기준이 다르고 주위에서 나를 보는 기준이 다르다. 나름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이고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 건강한 몸이라 주위에서는 내 나이를 10살 이상 차이 나게 본다. 그리고 아직 결혼도 안했고 자유로운 몸이어서 청춘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의 답은 청춘이 아니다 이다. 조금 삐긋해도 몸이 아프고 예전처럼 유연하지 않으며 무릎과 손목이 아파온다. 흰머리도 꽤 많이 보인다. 얼굴에도 조금씩 주름이 보이는 것 같다. 피부는 탱탱함이 사라졌고 눈도 약간 풀린듯하다. 육체적인 부분만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도 푸르른 청춘은 지나갔다. 더 이상 새로운 생각과 시각은 생기지 않았고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서 젊은이의 젊음과 행..

나의 목적지? 물론 제주다.

요새 유튜브로 자주 찾아보는 구독 채널이 있다. 그림 그리는 유튜버 이연님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그림을 그리면서 들려주신다. 오래전 영상에 제주도로 휴가를 가셔서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었다. 그 책중에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저자가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해서 풀어놓은 책이다. 빨리 달리기로 책의 내용은 지나가고, 나를 멈추게 한 구간이 있었다. 이연님이 이 부분은 그냥 멋있어서 밑줄 쳤다는 문장이 있다.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 달린다. 나의 목적지? 물론 뉴욕이다.' 이연님의 밑줄 표현처럼 정말 개간지다. 자신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물론 뉴욕이다.' 뉴욕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을까?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다고 믿니?" 그가 톡으로 물어본다. 머릿속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그 말.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다고 난 믿고 있는 걸까? 행복해지고 싶어서 제주에 가려하는 걸까? 서울에서의 행복과 제주에서의 행복은 차이가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일까? 행복하고 안하고의 기준이 무엇인가? 딱히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에 천천히 풀어가 보려 한다. 다만 지금이라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의 밥벌이에 만족하고 일상 속 소소함을 기반으로 작은 행복들이 하루를 조금씩 채워간다. 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여유가 없어서 시간에 쫓기듯 사는 날도 많다. 행복은 샌드위치처럼 짜증과 무관심, 우울, 평범 그 사이에 겹겹이 채워져 있는 것이다. 모든 감정들이 맛이 다 다르고 나도 ..

제주에 아는 사람 있어?

제주에 아는 사람 있어?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 당연히 없다. 휴가 때 내려가 묵었던 펜션의 주인들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동문시장에서 매번 들렸던 올레 횟집의 삼촌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주 들렸던 앞오름돼지촌 사장님 부부가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내려가서 살려한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돌담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는 회맛은 있으며 아는 오름이 있고 아는 한라산 소주 맛이 있다.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당장 그에게 제주에 내려가서 정착하고 싶으니 맘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잠시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눈치 보며 밥을 얻어먹고 집을 알아본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이제 뭐..

제주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온다. 살짝 눈을 뜸과 동시에 손을 뻗어 시계의 알람을 끈다. 아직 바깥은 살짝 어둡다. 해가 떠서 밝아지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내가 아끼는 촛대 모양의 조명을 켜고 어질러진 이불을 간단히 개어서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제주에 내려와서 매일 거르지 않고 행하는 새벽의 의식이다. 집 담장 주변을 바람이 떠나지 않고 계속 창가를 향해서 휘파람을 분다.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아나보다. 매번 동네를 지날 때마다 고양이가 집 앞에서 소리를 내듯이 머물다가 떠난다. 기분 좋은 바람소리가 사라지면 감상을 끝내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발끝으로 무게를 옮길 때마다 중력이 아래로 이동한다. 차가운 나무계단의 온도가 아직 덜 깨어있는 나의 의식에 찬물을 붓는다. 1층의 공..

피곤해도 제주

방금 전자책을 보다가 살짝 졸았다. 타이탄의 도구라는 책이다. 책이 졸린 게 아니라 내 몸이 피곤하여 눈꺼풀이 내려간 것이다. 지금은 졸음의 주문에서 깨기 위해 견과류를 씹고 있다. 글쓰기 중 가장 어려운 때가 바로 지금 같은 경우다. 몸은 피곤하고 쓸 글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써야 한다. 나와의 약속이다. 내일 발행될 글은 이미 어제 예약해놨다.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더 어려운 건 오직 글만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습관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을 써 내려가야 한다. 제주라는 목표를 향해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 작고 볼품없는 공간에 매일 하나의 포스팅이라도 발행하여 살을 붙이려 한다. 이러한 내 ..

제주 라면

작년 말 크리스마스이브 날 아침 그는 갑자기 제주도로 떠났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왕복 항공권이 이브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것이다. 나는 일을 하는 중에 카톡으로 연락을 받은 것이라 그가 너무 부러웠다. 아무 계획이나 예고도 없이 가고 싶을 때 떠나는 그의 즉흥성이 나에게는 큰 배움이었다. 난 그런 실행력이 없다. 여러 가지를 따지고 재봐야 하는 인생이었다. 코로나 이후 제주 항공권은 성수기 비성수기 구분할 것 없이 가격이 올라버렸다.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이 올라오면 언제나 그는 떠났다. 당일이든 몇 박이든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 숙소도 그 날 가서 잡는 식이었다. 자유로운 제주 여행가인 그는 제주의 관광지로 유명한 대부분의 지역을 둘러봤다. 그는 나에게 질투의 대상이었다. 매번 그가..

제주로 가기 위한 습관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지하철 역까지 30분을 걸어간다. 집에 들어와 씻고 식사를 하며 필요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다. 전자책을 꺼내서 책을 읽는다. 영어공부 앱을 켜서 잠깐 집중한다. 자기 전에 포스팅할 글을 미리 써놓는다. 시간이 남으면 다시 책을 읽거나 생각에 빠진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상과 시간관리다. 작년까지는 퇴근하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내 온 버스가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면 보통 20~30분이 걸린다. 지금은 퇴근 시간이 몇 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간다. 양재천을 따라 걷게 되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영상을 귀로만 들으며 천천히 산책을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예측 가능한 길..

제주 콘텐츠

아직 내게는 제주 콘텐츠가 없다. 제주스러운 콘텐츠.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줄 그 무엇.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티스토리 포스팅을 하면서, 하얀 디지털 여백 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보다 포스팅으로 글을 적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자주 떠오르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제주라는 공간에 무엇을 더해서 콘텐츠로 생산할까? 어떤 이들은 제주 관련 잡지를 발행하고, 다른 이는 제주의 먹거리나 공예품을 모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제주 유투버는 제주 관련 일상정보를 모아서 영상으로 올리고, 때로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제주 창업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도움을 준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에어비앤비 펜션도 호스트만의 철학과 개성이 녹아있다. 동문시장의 횟집 사장님도 유튜브 영상을 올..

불꺼진 방안의 제주

11시가 넘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 어두운 공간에 조명 하나만 켜 놓은 채 생각을 정리 중이다. 하루 동안 전보다 시간을 아끼며 생산성 있게 보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쓸모없는 것에 낭비한 시간이 더 많다는 걸. 그 시간들이 모두 모이면 의미 있었던 시간의 몇 배라는 걸. 분명히 잘 알고 있음에도 빈둥거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건 아직 밀도 있게 시간 사용하는 습관을 내 몸에 익히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하루 중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에 쉴 수 있는 여유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휴식 시간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있는가? 요새는 한번에 끝까지 영화 한 편을 보기도 힘들다. 집중력이 흩트러진 채로 여기저기 관심을 준다. 아까 한 행동을 몇분 후에 다시 반복한다. 조금 지나면 배가 고프고 밥 먹느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