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내 글에 제주가 쌓이고 있다

먼지가 날린다. 시간의 흐름 속에 내 젊은 날도 흘러갔다. 난 더 이상 젊지 않다. 과거로 돌아갈 선택을 준다 해도 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오로지 추억 공유체 일뿐이다. 같은 추억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젊은 나와 지금의 나는 생각의 다양성이나 깊이가 다르다. 젊으면 더 많이 시도하고 실패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시도하지 않았고 실패에서 얻는 교훈도 얻지 못했다. 내 젊은 날은 아무 의미 없는 무미건조한 먼지 같은 삶이었다. 포스팅을 위해 글자 하나하나를 내 티스토리 블로그에 쌓고 있다. 해변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글자와 키워드들이 쌓여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란다. 햇빛에 반짝이는 수많은 키워드와 제주가 드러나기를. 내 글에 점점 제주가 쌓이고 있다..

제주를 생각하는 시간노예

시간 한주를 사고 싶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두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구글 어시스턴트 화면이 떠있었다.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몸에 피로가 자꾸 쌓이니 깜박깜박 잠이 든다. 그래서 아까 잠들며 썼던 포스팅을 미루고 다시 새 글을 쓴다. 이 글을 쓰며 또 언제 눈이 감길지 모르겠다. 몇 주 동안 주말에도 출근을 하니 내 몸이 아닌 기분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지구가 아닌 달을 걷는 기분이랄까? 행복의 중력을 거스르는 내 현실이 자꾸 힘들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몸이 자동으로 일어나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 나라는 의식은 집에 묶어두고 몸만 보낸다. 살아가기 위해 ..

제주맥주

우리는 술이 아닌 제주에 취했다. 첫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와 나는 제주공항을 나와 첫 방문지로 동문시장을 선택했고 올레 횟집에서 첫 고등어회를 먹었다. 처음 느껴보는 회의 맛에 혀의 미각이 살아났다. 배부른 두 여행자는 횟집에서 나와 동문시장을 어슬렁거렸다. 우리에겐 숙소에서 먹을 간식거리가 필요했고 더 세분화하자면 나에겐 더욱더 제주스러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나 제주야 라고 외치는 제주스러운 귤, 당근, 동백꽃 등의 액세서리를 구경했다. 귀엽기는 했지만 사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고등어회처럼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감이 필요했다. 그리고 멍하니 시장 골목길을 걸어가던 중에 매장 앞 가판대에 올려진 페트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맥주. 분명 제주맥주라고 써져있었다. 어디..

전국 버스노조 파업 그리고 제주

출근은 힘들어 서큘레이터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다가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글쓰기를 들어가던 중에 갑자기 며칠 전 그가 카톡으로 보내준 말이 생각났다. 26일 버스파업. 다급히 관련기사와 글을 찾아봤다. 전국 시내버스 26일 총파업 예고. 출근길 대란. 아직 협상이 됐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나온 후에 환승할 버스는 경기도 버스이다. 그래서 경기도 버스 파업을 검색해봤다. 마찬가지로 아직 협상 중이라는 기사만 있었다. 다시 내가 타는 버스 번호를 검색해보니 협상 결렬이 되면 파업하는 차량이었다. 생각해 보자. 평소처럼 지하철 역사로 나온 후에 택시를 탄다면 바로 갈 수 있을까? 그렇지만 택시잡기도 힘들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수많은 출근 직..

제주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들자. 제주로 가기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날은 더워지고 일요일인 오늘도 직장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마무리를 하고 왔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생활이 계속될 것 같다. 제주에 집중하려 하지만 쉽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가 내 생각까지 익혀버렸다. 자꾸 물을 찾을 뿐이다. 알고리즘 추천으로 우연히 보게 된 한 유튜브 채널에 내가 원하던 내용이 들어있었다. 제주도민이 생각하는 이주자들의 사업이 망한 이유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하는 영상이었다. 꽤나 흥미 있고 일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내가 얻은 작은 가치는 제주로 가서 성공하려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인지도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상당히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제주도..

제주에서도 넷플릭스는 봐야지

나는 B급 영화가 좋다. 내가 사랑하는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 주가가 침몰하고 있다. 내가 넷플릭스를 구독한지는 거의 6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나름 초창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었다.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던 작은 회사는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의 공룡이 된다. 초창기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외의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했다. 나도 초반에는 정말 매일 열심히 봤었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볼 게 없어라고 말할 때도 나는 정말 열심히 봤었다. 그만큼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이었고 넷플릭스는 영상으로 가득 찬 커다란 비디오 가게였다. 내가 어렸을 적 동네에 비디오 가게가 6곳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서 빌려본 비디오가 동방불패로 기억한다. ..

제주와 푸켓

사람은 이동한다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았던 하늘은 푸켓으로 가는 경로였다. 생애 첫 비행이라 들뜬 마음이 가득했고, 서른 후반에 서울을 벗어나 첫 외국으로 가는 여행이었다. 저녁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꽤나 긴 비행시간이었다. 좁은 좌석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두 끼 정도를 먹은 걸로 기억한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새의 모습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낯설었다. 가족과 함께 도착한 푸켓공항은 새벽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난생처음으로 외국인들로 둘러싸인 이상한 세계에 발을 디딘느낌이었다. 긴장과 함께 심사대를 통과하고 가족과 같이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말도 안 되게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서울의 밤과는 비교 안되게 어두운 느낌이었다. 우리 가족을 마중 나온 ..

제주로 가는 독서

어떤 책을 보시나요? 며칠 책을 안 읽었더니 책이 고팠나 보다. 유튜브 구독 채널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을 알라딘에서 검색해보고 그동안 찜해둔 몇 권의 책과 함께 구매했다. 제주도로 떠나기 위한 여정에 생각이 팔려있어서 유튜브로 보는 영상도 대부분 경제적 지식에 관한 내용과 제주소식이다. 영상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은 한 번씩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저장한 후에 구매할 책이 몇 권 쌓이면 모아서 주문을 한다. 여러 권을 구매하면 쿠폰을 쓸 수도 있고 적립금도 쌓이며 알라딘에서 만든 도서용 굿즈도 싸게 구매를 할 수 있는 이득이 있다. 파이어(FIRE)는 퀀트 투자로 유명한 강환국 저자님이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파이어족 20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분을 알게 된 건 유튜브 경제채널들이다. ..

제주에 간다고 말하자

마이크를 켜라 하루 종일 말을 잘하지 않는다. 마치 언어를 모르는 아이처럼 산다. 나의 목소리는 반드시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나온다. 누군가와 소리를 내어 말을 섞는다는 것은 타인의 하루와 감정을 나에게 끌어들이는 것이다. 몰랐던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귀와 눈으로 들리고 보인다. 내 감정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이의 감정을 짐처럼 쌓아놓는 다. 가장 밑에 눌린 나의 감정은 무게에 짓눌려 쉽게 꺼내어 보기도 힘들다. 말과 말이 섞이며 그들의 감정이 나에게 전이된다. 삶에 대한 하소연이나 가벼운 농담거리가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 내가 타인과 나누는 대화도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라 말풍선처럼 머리 위로 둥둥 뜰 정도이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으며 되려 상상만으로도 풍부한 만족감을 느낀다. 대화의..

나의 의식은 제주에 있다

졸음이 쏟아지는 하루의 끝,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열심히 글을 썼다. 그리고 잠시 눈꺼풀이 감겼을 때 엄지는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있었고 눈을 뜨니 글이 지워져 있었다. 어떤 글을 썼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많이 피곤한 하루였나 보다. 아주 잠시 나는 현실과 잠의 세계를 왔다 갔다 했다. 지워진 글은 살릴 수 없지만 나는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다. 전혀 아쉽지 않다. 지워질 글이라서 지워진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지워졌지만 다음번에 다시 내 글 속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더욱 성숙한 문장으로. 지금도 눈을 감을까 말까 하는 유혹이 느껴진다. 잠은 달고 글은 쓰다. 하루 종일 혹사당하고 쉬어야 할 뇌는 글 때문에 다시 굴러가야 한다. 뇌가 구르지 않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