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제주시 구좌읍 제주가 좋아서 펜션에 묵고 있었다. 저녁은 야외에서 먹기로 했고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회와 소고기, 새우, 컵라면을 늘어놓았다. 차가운 회와 방금 불에 익힌 따뜻한 소고기와 새우. 이 조합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하지만 불청객이 있었으니 제주의 어둠을 희석시키던 작은 야외 불빛에 모기떼가 몰려왔고 식사 내내 그들에게 식사를 당해야 했다. 피를 뺀 회와 소고기를 먹었지만 모기들은 신성한 식사 의식에 관심 없다는 듯 우리의 피를 노렸다. 서둘러 의식을 마무리하고 펜션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재빨리 모기장이 쳐진 문을 닫아 결계를 쳤다. 정신을 차려 바깥을 보니 밤은 더욱 짙어졌고 어둠은 결계를 넘어왔다. 우린 지치고 배부른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 숙소로 피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