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제주은행

제주은행은 제주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이 없어 한가한 단지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주에 가서 제주사람이 되면 제주은행을 쓰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제주은행은 제주에 있는데 서울 사람이 신규계좌를 개설해서 쓸 수가 있을까? 그래서 난 모바일 제주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 다행히 제주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누구나 만들 수 있었다. 잠깐의 인증이 진행되고 어렵지 않게 제주은행 신규계좌를 개설했다. 내가 개설한 계좌는 보통예금 J 간편한통장이었다. 제주에서는 생활비를 쓰는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제주은행 오프라인 지점은 제주 외에 서울의 강남에도 있었고 부산에도 있었다. 지방은행이라서 제주은행이 제주에만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나 보다. 체크..

제주를 알게되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건다. 이미 제주에 있다고 말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게 당연하듯이 가까운 미래 내가 제주에 가는 것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의심 따위는 없으며 가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집중한다. 높은 산 위에 올라가 큰소리로 허공에 외치면 잠시 후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오듯이 내가 상상한 미래는 나에게 다가온다. 감사하다. 누구의 계획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주를 알게 되었다. 제주를 아직까지 몰랐다면 올해의 끝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음에 후회하고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2022년의 반이 거의 다 지나갔다. 짧았던 4개월 정도가 그 어떤 해보다 가장 집중한 시기였던 것 같다. 오로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들. 아직 계획한 바를 다 실행은 하지 못했지만..

서울 사람은 제주가 가고 싶다

제주사람이 돼야지. 나는 발걸음이 빠른 서울 사람이다. 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속도를 낸다. 주위의 풍경은 너무 익숙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있을 곳은 나의 일터고 나를 이동시켜줄 운송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서울은 빠른 도시다. 출근길 속도에 의식하지 못했던 카페가 퇴근길 느린 걸음에 인형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보세 옷을 팔던 옷가게는 케이크 디저트 가게로 바뀌었고 한창 잘 나가던 큰 횟집은 문을 닫았다. 불과 얼마 전인데 빠르게도 망하고 생기고 망하고 생긴다. 동네에 정육점만 10곳 정도가 되고 미용실, 이발소, 바버샵 등 헤어숍은 다 기억 못 할 만큼 동네 이곳저곳에 문을 열었다.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샵도 많아졌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둘러본 나의 동네는 너무 달라져있었다..

제주 소식지

제주야 아프지마... 아무 생각 없이 탈서울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각 지자체 사이트에 인구정책에 대한 카테고리가 있다고 해서 제주도청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여기저기 들어가서 눌러봤다. 그러다 저런 표지를 가진 제주 소식지가 보였다. 2021년 호를 찾아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4권이 보였다. 아마도 계절별로 1권씩 나오나 보다. 2022년에는 봄호 한 권만 나와있다. 인쇄되어 실물 소식지로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청 사이트에서 90페이지가 넘는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좀 더 일찍 찾아볼걸 그랬다. 근데 2022년 봄호의 표지가 뭔가 슬프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하늘은 붉게 노을 지고 있다. 바다에는 해녀와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지만 해안가 주변에는 검은 폐수나 기름들이 방류되..

제주는 나를 기른다

나는 식물이었다. 식물을 심는 일은 꽤나 집중을 필요로 한다. 식물의 앞을 보아야 하고 나에게 등 돌리지 않은 얼굴을 찾아서 다듬어야 한다. 찢어지고 상처 입은 잎을 잘라주고, 햇빛을 가리는 오래된 잎과 바람의 길을 막는 울창한 가지를 잘라 길을 내어준다. 조심히 식물과 플라스틱 화분을 분리하고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밑을 받쳐서 준비해 놓은 이쁜 화분에 옮긴다. 식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수가 잘되고 무게감이 있는 흙을 골고루 화분에 채워 넣어 중심을 잡아준다. 양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흙 위에 마사를 올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 후 물을 뿌려서 잎사귀의 먼지와 화분의 흙을 씻긴다. 물구멍으로 물이 빠지면 들어서 바람과 햇살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안정을 ..

제주로 가려면 성장해야지

나에게 투자하라 삶의 많은 면에서 갈수록 구독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보는 것 위주의 왓챠와 웨이브 등을 구독했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구독 서비스를 즐겼다. 친구와 계정을 공유해서 보았기 때문에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애플의 애플티비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모두 본 적도 있었다. 많이 정리하고 지금은 넷플릭스만 보고 있다.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이기에 쿠팡플러스라는 OTT 플랫폼이 자동으로 구독이 됐고,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회원이라서 티빙이 자동으로 구독되었다. 토스에서는 토스프라임이 자동결제된다. 지금은 종이책의 구입으로 잠깐 해지했지만 리디의 리디 셀렉트라는 전자책 서비스도 구독했었다. 너무나 많은 구독 서비스가 있어서 잠시 줄..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나도...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최근 제주맥주가 제주라거를 출시하면서 광고한 슬로건이다.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나는 이 문구를 읽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련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떠나 제주로 이주해오는 또는 한달살이 등의 휴식기를 가지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도시에서는 완벽한 어둠을 찾기가 힘들다. 우리는 퇴근 후에도 불안정한 어둠 속에서 피곤한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해야 한다. 그러나 집 앞의 가로등과 꺼지지 않는 이웃집의 불빛은 숙면을 방해한다. 집안에서도 전자기기의 작은 불빛들이 거리의 네온사인처럼 매일 그 자리에서 반짝인다. 냉장고의 작은 소음들과 바깥의 소리들이 벌레들처럼 내 귓구멍 속으로 자꾸 들어온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잠을 설치다가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고 알람 소리에 깨어..

제주는 이쁘다

이뻐 나는 이쁜 것들을 참으로 좋아한다. 작은 소품이나 전자제품들 그리고 옷이나 신발들 모두 다 기능보다 먼저 이쁜지 확인한다. 매력적인 생김새를 가진 제품이라면 기능은 두 번째 고려사항이다. 제품이 눈에 차야 감성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보지 않아도 옆에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최대한 이쁜 것을 찾는다. 읽던 책의 매력적인 문구 한 줄이 그럴 수도 있고 보던 영화의 한 장면이 그런 기분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쁜 것을 찾는 여정과 결과가 모두 행복하다. 나는 제주가 이뻐서 좋다. 숲과 바다, 오름이 모두 예쁘다. 낡고 오래된 구옥 한 채가 너무나도 눈에 띄게 이쁜 곳. 제주에 내려가면 이쁜 집을 찾아서 살 것이다. 서울의 집은 이쁘지가 않다. 너무 오..

두근두근 제주

4면이 바다인 제주 오늘은 잠깐 시간을 내어 휴가 때 머무를 숙소를 알아봤다. 아직 휴가 날짜가 정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예약까지는 못했지만 왠지 눈여겨본 그곳에서 묵을 것 같다.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가 부딪치는 풍경이 창가에 가득 들어오는 숙소였다. 이 숙소의 주인들은 이 외에도 여러 집을 리모델링해서 운영하고 계신다. 한참을 둘러보던 나는 이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가격이 싸든 비싸든 휴가날짜에 맞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며칠을 지내보기로 했다. 예전에 유튜브 영상으로도 이분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었고 운영하는 블로그의 포스팅을 거의 다 봤을 정도로 관심이 가는 분들이다. 이분들 말고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또 다른 숙소도 있다. 이 숙소의 운영자 역시 제주로 건너가 성공적인 기반을 다져가는 인..

나의 주제는 제주다

Based on true events "실화를 바탕으로 함" 위의 문장은 방금 재생시킨 영화의 첫 시작에 뜬 문장이다. 실화라는 말은 이야기에 좀 더 설득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묘하게 매력적이다. 낮가림이라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다급함과 초조함 그리고 제주에 대한 동경과 떨림이 하나가 되어 시작되었다. 초조함에서 오는 생각의 떨림과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다에서 오는 가슴의 떨림은 다르겠지만 묘하게 진동이 서로 맞아 들었는지 블로그를 만들고 기록하게 됐다. 그때 가장 가슴에 맴도는 어떤 존재가 제주였고 글을 쓰자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내게 제주는 단순히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내 상상 속에서 더욱더 커지는 낙원 같은 비현실적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