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지식의 저주

중력에서 벗어난 그때의 마음. 어제 올라온 하와이 대저택님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의 제목은 "이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유튜브 영상 썸네일에는 "미래의 당신이 현재로 보내는 성공 시그널"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내용이다. 그 하나의 예로 잠을 자면 꾸는 꿈에 대해서 얘기한다. 하와이 대저택님은 군대를 제대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군대를 다시 재입대하는 꿈을 꾸게 된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군대라는 공간 속에 놓인 꿈속의 자신을 보게 된다. 고된 직장생활 속에 과로사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삶을 영위한다. 그러다 어느 날 군대에 관한 꿈과 몇 가지 신호들을 알아채고 시간이 흘러 퇴사를 한다. 현시점에서..

제주명품 레드향 설선물

이젠 과일까지 끌어당겨지나.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보신다. 나는 모르는 어머니의 지인께서 설선물을 들고 오셨다. 현관 앞에 놓고 간 보따리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풀러 본다. 감춰진 보자기 사이로 설에 흔히 볼 법한 선물상자가 나왔다. 허나 박스에 새겨진 선물의 이름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쪽 끝에 귤사진이 우두커니 놓인 박스의 중앙에는 제주명품이라고 박혀있다. 박스의 또 다른 모서리에는 레드향이라고 적혀있다. 살면서 제주 레드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먹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또 보았어도 귤 종류가 참 다양한지라 레드향을 골라낼 수도 없었다. 이상한 기분에 박스를 열어보았다. 단순히 귤을 생각했는데 배처럼 큰 귤이 꽉 차게 들어있었다. 고급스럽다는 기운이 ..

휴식

그냥 하면 되는데. 오랜만에 긴 휴식을 앞두고 있다. 설날연휴 4일 동안 나를 재충전하려 한다. 예전 같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뒤섞인 채로 고민을 하다가 미루었을 것이다. 천금 같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 버렸다.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예전과 똑같이 눈을 떴더니 출근이었다. 나는 시간사용법을 잊고 살았다. 공기놀이처럼 나의 할 일을 바닥 위에 모두 뿌렸다. 하나를 집은 상태에서 하나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다행히 그 하나를 집은 날도 있었지만 잡지 못한 날도 많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일을 동시에 하려 했던 나쁜 습관이 내 삶을 발전하지 못하게 했다. 한 번에 하나씩. 지금은 다행히 PDS다이어리를 매일 작성하며 할 일을 하나씩 체크한다. 예전 같았으면 잠들기 전 남은 시간이 부..

제주 유튜버 쥬리에뜨

그냥 어느 날 눈 떴을 때 그 순간 제주이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제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네이버에서 제주와 관련하여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에서 제주살이라는 키워드로 찾아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제주살이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살고 있는 한 여성 유튜버셨는데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제주를 자유로이 돌아다니시며 영상을 찍으셨다. 그분이 제주살이 쥬리에뜨님이시다. 현재는 남편분의 사업체 팀이 제주에서 육지로 옮기셔서 가족모두가 함께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를 가셨다. 생활터전의 이동과 함께 유튜브 채널명도 쥬리에뜨로 변경되었다. 채널을 대표하는 설명도 국내여행, 제주여행, 가족여행, 일상에세이로 바뀌었다. 제주에서 거주하실 때는..

전설처럼...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2023년 1월 15일. 벌써 한 달의 반이 지났다. 날짜가 지난 것인지, 시간이 흐른 것인지 잘 모른다. 다만 그 2주 동안 제주를 상상했다. 물리적으로 가 있을 수 없기에 섬을 움직여 머릿속에 심었다. 사람의 두뇌는 뇌수에 떠다니고 있고, 바다 위의 제주와 같다. 나의 머릿속에선 가지 말아야 된다고 외치는 반대세력과 가고자 하는 힘들이 있다. 그 반대세력은 평생을 나와 함께했다. 알 수 없는 환경에서 나를 지키려 붙잡는 힘이다. 알맞게 세팅된 환경값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에게 보호막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힘들게 살았다. 그들의 보호는 나의 삶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나의 관심과 생각들은 중력처럼 서울에서 제주로 떨어지고 있다. 화선지 위에 떨어진 먹물이 ..

제주 뿔돔회 아부리

친구의 첫마디는 "달아..."였다. 친구와 인헌동 도모야 회포차에서 숙성회를 먹었다. 숙성 고등어회와 전갱이회를 주문했다. 놀랍게도 고등어 특유의 강한 맛을 살짝 빼면 전갱이회와 크기, 빛깔, 식감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만약 모르고 전갱이회를 먹었다면 고등어회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다. 붉은 살 생선회 특유의 공통된 맛이 있는 것 같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다시 보니 등 푸른 생선 특유의 선명한 컬러감이 고등어가 전갱이보다 더 도드라졌다. 그다음 주문한 생선회는 메뉴판에 계속 눈길이 갔던 제주 뿔돔회 아부리였다. 아부리는 생선비늘 표면을 불로 가볍게 익힌 회다. 단단하고 야들야들한 회의 식감과 토치로 구운 겉면이 독특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제주 뿔돔이 어떤 생김새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상당..

오뚜기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

동시에 실의 촉감과 식감이 혀로 만져지는 기분이었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NATTO) 퇴근 후 비를 맞으며 시장으로 향했다. 치약과 주방세제등 생필품을 사려고 동네에서 가장 큰 원마트로 들어갔다. 필요한 물품들을 집어든 뒤에 조용히 냉동음식이 진열된 냉장고 앞에 섰다. 먹을만한 음식이 있나 하며 살피던 중 무언가에 눈길이 꽂혔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라고? 제주에서 나온 콩으로 제조한 낫또라니, 무언가 생소했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낫또를 먹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청국장 콩을 좋아하셔서 삶거나 기계로 발효시킨 콩을 먹기는 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콩에서 실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상한 식감일 거라 상상만 했었다. 그 상상이 맞는지 확인도 해볼 겸 손으로 낫또를..

블루스타펀 고사리와 이끼

생각해 보니 제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고'로 시작된다. 블루스타펀 고사리 얼마 전 분갈이 작업장에서 내가 키우기 위해 심어놓은 식물이 있다.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이며 고사리과에 속하는 블루스타펀 고사리이다. 도매손님이 없는 한가한 토요일 날 같은 동의 매장에 들러 한 포트만 사 왔다. 실버레이디, 푸테리스, 더피 고사리, 보스턴 고사리, 후마타 고사리, 하트 고사리, 아비스 등 많은 고사리과 식물을 식재해 봤지만 이상하게도 블루스타펀 고사리만 심을 일이 없었다. 잎의 색깔이 오묘한 청록색이고 햇빛이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색의 차이가 있는 듯했다. 포트를 들어 이미 망가지고 상처 난 잎은 모두 잘라버렸다. 녹소토와 질석을 약간의 상토와 배합해 분갈이 흙을 만들어 심을 준비를 했다. 화분은 투명한..

양재천 달리기

그냥 뛰었을 뿐이다. 약 10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계속 야근 중이다. 생각보다 많이 바빴고 체력적으로 지쳤다. 저녁 7시쯤 퇴근을 하며 길을 걸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이 시간에 타는 버스는 사람으로 꽉 차있다. 퇴근길 속도를 위해 굳이 비좁은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양재천 육교 밑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서른 살 초반까지는 늦은 밤에 밖으로 나와 뛰어다녔다.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었고 그 덕분에 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늦은 저녁까지 야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나의 달리기 취미는 사라져 버렸다. 달린다는 감각은 출근길 전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는 순간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퇴근길 어두운 양재천 길 위에..

Tea, 제주 오티아 풋귤차

지금의 내 상태가 풋귤, 즉 청귤의 시절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친구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내준 오설록 차를 고맙게 마시는 중이다. 직장에서 인스턴트 맥심커피만 줄줄이 마시던 나에게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제주차는 일종의 휴식과 같은 느낌을 준다. 동백꽃 티(tea)를 마시다가 문득 전에 주문한 차가 생각났다. 청귤로 만든 차종류 였는데 그 당시 곶자왈커피 드립백과 함께 주문한 기억이 났다. 열심히 냉장고를 뒤져보았더니 생존해 있었다. 워낙 마시는 행위를 좋아해서 집에 두유와 탄산음료, 주스, 커피 등이 많았다. 번갈아 마시다 보니 차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꺼내봤다. 제주에서 주문한 제주 오티아 풋귤차. 상자에 적혀진 슬로건이 "제주 향으로 느끼다"였다. 한 상자에 총 8개의..